2008. 5. 16. 11:22

한빛소프트, 경영난으로 7년차 명문 게임단 포기…업계 ‘충격’

ㆍ프로리그 끝나는 8월까지 e스포츠협회 위탁 운영

대한민국 e스포츠의 맏형 격인 한빛소프트가 e스포츠에서 손을 뗀다. 이달로 창단 7년째를 맞는 프로게임단 한빛스타즈의 운영을 포기, 한국e스포츠협회에 위탁 운영을 요청하고 매각을 공개적으로 추진한다. 최근 공군 프로게임단 에이스의 해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또 하나의 우울한 소식으로 e스포츠계에 먹구름이 잔득 끼었다.

한빛소프트는 최근 한국e스포츠협회 전략위원회에 게임단의 새 주인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16일까지 성과가 없으면 협회에서 위탁 운영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3 배급사였던 한빛소프트는 2001년 한빛스타즈를 창단, 이듬해 ‘네이트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우승 등 각종 대회를 석권하며 게임단을 명문팀으로 올려놓았다. 이뿐만 아니라 김영만 대표가 제1기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을 맡는가 하면 이재균 감독이라는 명장과 박정석, 강도경, 나도현, 변길섭 등 걸출한 스타 선수를 배출하는 등 한국e스포츠를 이끌었다.

하지만 게임단을 운영하기에는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판단, 지난해부터 게임단을 인수할 업체를 조용히 물색했다. 주로 국내 게임업체를 상대로 의사를 타진했으나 긍정적인 답을 얻지 못했다. 한때 게임산업과 e스포츠 진출에 큰 관심을 보였던 강원랜드에 기대를 걸었지만 강원랜드의 사업 방향 선회로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한 IT업체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빛소프트 측은 협상 타이블에 앉아본 적이 없다며 공식 부인했다.

결과적으로 15일까지 인수 의사를 밝힌 업체가 없어 자체 매각은 사실상 실패했다. 이에 따라 다음주부터 게임단의 협회 위탁 운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협회는 27일 이사사들이 참여하는 전략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로는 오는 8월 초 부산 광안리에서 열릴 ‘프로리그 2008’ 결승전까지 2개월 정도 협회가 맡아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 리그가 한창 진행 중에 한 팀이 빠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전략위원회 간사인 KTF 매직엔스 김기택 사무국장은 “프로리그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갑자기 나온 이야기라서 폭탄을 맞은 느낌”이라며 “하지만 원칙은 프로리그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사무국장은 또 “각 게임단이 십시일반하면 이번 시즌까지 한빛스타즈를 운영하는데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위탁 운영을 위해서 한빛소프트가 게임단에 대한 권리를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매각 협상에 있어 인수 업체 선정이나 매각 금액 등에 대해 협회가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 지난 팬택EX의 위메이드 매각 당시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아 협상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한빛소프트 윤복근 팀장은 “협회로 매각 협상이 단일화되면 최종 의사 결정권은 협회에 있으며 우리와 협의하는 수준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대금에 대해서는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윤팀장은 “이번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매끄럽게 처리돼 e스포츠에 공헌한 김영만 회장에게 누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돈 문제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빛스타즈’ 포기 이유는?

한국e스포츠협회 초대 회장사, 프로게임단 한빛스타즈 창단 7년째, 지금까지 투자비 70억여원 등등 한빛소프트가 한국e스포츠에 들인 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 한빛소프트가 왜 게임단을 포기하는 것일까?

한빛소프트는 그 이유에 대해 “e스포츠의 미래에 회의적이라서”라고 밝혔다. 특히 e스포츠의 여러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협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부분도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한빛소프트 관계자는 “e스포츠협회를 봐도 비전이 없다. 협회가 일을 제대로 해나가고 있으면 부담스러워도 끌고 갈 명분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빛소프트의 게임단 포기 이유에 대해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한빛소프트가 블리자드와 스타크래프트 유통 계약이 끝나면서 더 이상 게임단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진 것을 큰 이유로 봤다. 또 헬게이트:런던 등 심혈을 기울인 게임의 성적이 좋지 못하면서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1년에 7억원 정도 들어가는 게임단 운영이 쉽지 않은 것도 주요한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한빛소프트가 15일 공시한 1분기 영업손실이 1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8억4000만원보다 적자폭이 커진 것이 이를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