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19. 11:14

통신업계 합병시나리오…IT통합 논의 가시화

최근 국내 통신업계의 연이은 합병과 합병추진 시나리오로 인해 통신업계의 전산시스템 통합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 인수합병이 마무리되고 LG데이콤과 LG파워콤의 조기 합병추진, KT와 KTF의 합병 논의 확산 등으로 인해 각 통신사들이 전산시스템 통합에 대한 고민이 구체화되고 있다.

아직은 전산시스템 통합에 대한 이슈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지 않은 상태여서 구체적인 통합 모델이 윤곽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통합방법을 놓고 고민 중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미 합병이 논의되고 있는 통신업체간에는 일부 고객 데이터 등은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완벽한 전산통합이나 데이터통합은 아니지만 통합의 초기단계는 시작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T·하나로텔, 장기적으로는 전산통합 가능 = 최근 인수합병 절차를 마무리한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은 당분간 전산통합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로서는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 모두 각기 법인을 갖고, 각기 다른 사업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결합상품 판매를 위한 두 회사간의 시스템 연동을 추진하게 된다. 이로 인해 결합상품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이 결정되면 두 회사간의 빌링시스템과 영업지원시스템 등에 대한 연동 작업이 진행된다.

그러나 향후 중장기적으로는 시스템 통합을 검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장은 기간통신사업자이기 때문에 통합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두 회사간의 통합이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렇게 될 경우 SK텔레콤의 전산시스템을 중심으로 하나로텔레콤을 얹히는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SK텔레콤이 최근 NGM(차세대마케팅)시스템을 구축, 성능면에 있어 우수하다는 평을 받고 있고, 덩치도 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ERP(전사자원관리)시스템 등 지원시스템들도 SK텔레콤 시스템을 중심으로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단, 기존 무선사업자와 유선사업자라는 차이점 때문에 일부 업무시스템은 별도로 유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IT아웃소싱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SK텔레콤은 SK그룹 계열 IT서비스업체인 SK C&C가 아웃소싱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로텔레콤의 경우 IT아웃소싱을 포스데이타와 메타넷BPO(비즈니스프로세스아웃소싱)가 수행 중이다. ERP부분은 아이디에스앤트러스트가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로텔레콤의 아웃소싱 계약은 대부분 올해 말까지여서 내년부터는 SK그룹의 IT일원화 전략 차원에서 SK C&C로 이관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의 전산인력은 실질적인 법인 통합이 이뤄지기 전에는 계속해서 하나로텔레콤 소속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KT·KTF, 합병 고려한 차세대 추진 = KT와 KTF도 현재 합병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상황이어서 서서히 전산통합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KT와 KTF는 최근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거나 구축 중인 상황이어서, 향후 통합에 대한 고민을 다른 통신사보다 더욱 많이 하고 있다. 실제 현재 차세대시스템 구축 중인 KTF는 향후 KT와의 합병을 고려해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차세대시스템을 보다 유연하게 만들어 향후 다양한 시스템을 수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현재 KTF 차세대시스템은 컴포넌트 방식으로 구축되고 있다.

이와 함께 KT도 현재 진행 중인 PI(프로세스혁신) 컨설팅을 통해 향후 KTF와의 합병을 고려한 내부 프로세스를 마련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PI 완료 후 진행하게 될 차세대시스템 구축 작업에 있어서도 KTF와의 요건을 반영, 실질적인 시스템 구축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앞서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게 될 KTF의 시스템이 많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내부 지원시스템 등은 KT를 중심으로 통합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시각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KT와 KTF 두 회사도 기존에 유선과 무선 등 사업범위가 달라 업무 시스템 등을 그대로 유지돼 사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KT와 KTF는 차세대를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다른 회사들보다 전산통합에 대한 방향이 빨리 결정돼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내부적으로는 이에 대한 방향이 어느 정도 수립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LG데이콤·파워콤, 각사 시스템 모두 활용 = LG데이콤과 LG파워콤도 합병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곧 두 회사간의 시스템 통합에 대한 검토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향후 합병이 이뤄지고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통합이 이뤄지게 되면, 즉각적인 전산통합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 회사는 모두 유닉스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운영 중이어서 일단 시스템 기반의 물리적 통합은 유리한 편이다. 그러나 두 회사간의 사업 범위가 LG데이콤은 주로 기업 중심으로, LG파워콤은 소매 중심이어서 무조건적인 전산통합은 쉽지 않다.

일단 전산통합은 LG데이콤을 중심으로 통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사업영역이 다른 업무시스템의 경우 각기 개별로 사용될 전망이다. 단, 최근 구축된 파워콤의 TPS(트리플플레이서비스) 시스템 등은 파워콤 시스템이 활용될 수도 있다. 반면 LG데이콤 전산시스템은 지난 1998~1999년에 구축돼 노후화 된 상태다.

현재 LG데이콤과 LG파워콤의 전산시스템은 BS(그룹웨어·ERP·인사시스템·포탈)시스템, CS(청약·빌링·상담·CRM)시스템, OS(네트워크 지원시스템)시스템 등으로 구성돼 있다.

LG데이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전산통합에 대한 결정이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향후 통합이 이뤄지게 되면, 검토를 통해 어떤 시스템을 활용하게 될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