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2. 19:51

엘지파워콤, 개인정보 통째로 노출



텔레마케팅 업체·대리점서 전화영업 활용

방통위 현장조사 앞두고 부랴부랴 중단


엘지그룹 계열의 엘지파워콤이 계열사와 관계사들로부터 임직원 개인정보를 넘겨받아 텔레마케팅 영업에 활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엘지파워콤은 이 과정에서 계열사와 관계사 임직원들의 사번·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주소·집전화번호·휴대전화번호 등을 텔레마케팅 업체와 대리점 직원들에게 통째로 노출시키기도 했다.

1일 엘지그룹 계열사 인사담당자 및 엘지파워콤의 텔레마케팅 업체와 대리점 직원들 말을 종합하면, 엘지파워콤은 계열사와 관계사 임직원들의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팅 업체와 대리점 등에 제공해 텔레마케팅 영업에 활용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엘지파워콤이 이름과 소속사가 적힌 임직원 명단과 임직원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넘겨주면, 텔레마케팅 업체나 대리점 직원이 해당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검색해 텔레마케팅에 활용했다. 해당 임직원이 엘지파워콤의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지 않으면 가입하라고 하고, 이미 가입했으면 엘지데이콤의 인터넷전화나 인터넷 텔레비전(IPTV)을 추가로 이용할 것을 권했다.

엘지파워콤이 텔레마케팅 업체나 대리점에 제공한 텔레마케팅 대상 임직원 명단에는 각 계열사와 관계사의 현직 고위 임원과 최고경영자까지 포함됐다. 한 대리점 직원은 “아침에 출근하면 임직원 명단을 주고 텔레마케팅을 하라고 한다”며 “함께 받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명단에 있는 임직원들의 개인정보를 검색해 텔레마케팅을 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리점 직원은 “전화를 하면 ‘내 전화번호 어떻게 알았느냐’고 항의를 받기도 했다”며 “이럴 때는 교육받은 대로 ‘그룹 행사니 참여를 부탁드리는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한 대리점 직원이 피시방에서 임직원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텔레마케팅 대상 임직원들의 개인정보를 검색하는 모습을 기자가 지켜봤다. 이름과 소속사를 입력하자 사번이 떴다. 다시 소속사와 사번을 입력하자, 해당 임원의 주소와 주민등록번호·전화번호·계좌번호 등이 나타났다. 다른 창에서는 그 임직원이 엘지 계열사의 통신서비스 가운데 어느 것을 이용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기록도 나타났다. 엘지그룹뿐만 아니라 지에스, 희성 등 옛 엘지그룹 계열사들의 임직원 개인정보도 검색됐다.

엘지파워콤은 텔레마케팅 업체와 대리점 직원들이 계열사와 관계사 임직원 개인정보를 검색할 때 사용하던 사이트를 수정해 임직원 개인정보 입력 및 검색 메뉴가 나타나지 않게 만들었다. 또 관련 직원들에게 방통위나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계열사와 관계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텔레마케팅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하라”고 교육을 시키고 있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의 현장조사를 앞둔 지난달 24일에는 텔레마케팅 업체와 대리점들에 계열사와 관계사 임직원 대상 텔레마케팅 영업을 전면 중단하고, 그동안 사용하던 임직원 명단 문서와 컴퓨터 파일을 모두 파기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엘지파워콤은 “계열사와 관계사로부터는 임직원들의 이름과 사번만 넘겨받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고, 나머지 정보는 임직원 본인에게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유치 수수료 지급 때 필요하니 입력하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또 “임직원 개인정보는 회사 안의 담당직원 컴퓨터에서만 접속이 가능하게 돼 있고, 이를 텔레마케팅에 활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법무법인 문형)는 “계열사와 관계사 임직원 개인정보를 본인 동의도 없이 넘겨받아 영리 목적으로 제3자에게 제공한 것이라면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