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13. 17:01

약사의 아픔(디씨 펌)

수도권에서 약국자리를 구하려다 두손두발 다 들었다.
아무래도 수도권에서 기반 잡는 것을 포기해야 할 듯 싶다.

지난 두 달 남짓 경기, 인천권역의 기존 약국 매물을 찾아다니면서
약국 개설을 꿈꾸는 약사로서 허탈감과 자괴감이 들 정도로
약사 신분이 부끄러웠고 무참히 짓밟힌 약사 권한의 현주소에 망연자실했다.

시작도 약사가 했으니 맨 마지막의 파탄도 약사가 감당해야 할 몫이겠다.
의약분업이 시작된 이래 동네 주민들의 건강 지킴이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며
약국을 경영해오던 약사들은 다 죽어갔고, 오로지 병의원에서 떨어지는 떡고물에만
정신이 팔려 약사로서의 본분과 체면 따위는 다 내팽개친지 오래되었다.

병의원의 개가 되어 문전약국 자리라면 건물주나 병원장에게 몇 천 몇 억씩
말도 안되는 권리금을 갖다 바치고 있고, 신규 개설 의원들의 내부 인테리어
비용까지 약사가 고스란히 떠안는 의사들의 시종역까지 전담하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개개 약사의 이기심의 발로에서
자기만 한 번 잘 살아보겠다고 약사 전체의 신분을 격하시키는 우를 범하고
약국 컨설팅 브로커의 농간에 휘말려 잘못 잡은 약국자리 급히 소리소문없이
처분해 주겠다는 악질 약국 브로커/컨성팅 놈들에게 수천만원씩 안기며
애물단지같은 약국을 다른 순진한 약사에게 고가 권리금을 받고 떠넘기더니
그 순진한 약사 역시 돈벼락 맞게 해줄 것으로 믿었던 약국자리가 악성 매물임을
알고 나서는 또 다시 악성 브로커에게 돈다발을 제시하며 빠져나가게 해달라고
애원이라도 하는건지.. 악성 매물의 고가 권리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돌고 돈다.

이 권리금 폭탄은 어디서 멈추어 폭발할까?

병원장 건물내 문전약국 자리..
모든 약사가 군침을 흘리는 매물이다.
눈독 들이는 놈이 많으면 값은 천정부지로 튀는 법!

눈치 빠른 악질 브로커놈들..건물주인 병원장을 꼬드겨서
바닥권리금이라는 타이틀 아래 보증금과 월세 수준을 3-4배씩 뻥튀겨서
내놓고 권리금까지 수천씩 만들어서 그중 절반 이상을 지 뱃속에 쳐넣는단다.

이 농간에 바보같이 빨려들어가는 맹추같은 약사들이 있으니
재미 좋아라 날고 기는 브로커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설쳐대는 것 아닌가?

약사들이 똑똑하고 현명하고 절도있게 처신하면
의약분업 후 약국거래사장이 이정도로 무질서해지고
브로커들 놀음판처럼 변질되진 않았을 터..
누구를 탓하겠는가?
다 내 탓이고 .. 내 동지들인 약사계가 양심선언하고 자숙할 일이다.

환자들의 약값 부담이나 고통은 아랑곳 않고 고가약 처방 댓가로 값비싼 리베이트
쳐드시는 대다수의 의사나리들...
그 리베이트도 부족해서 병의원 신규 오픈할 때 인테리어 시설비를
문전약국 맡을 약사에게 부담시키더라.

의사들끼리는 병원 차릴 때 인테리어비용 문전 약국에서 받지 못했다고 하면
바보취급을 받는다지?!
그들에게 약사는 또 하나의 밥인 셈이다.

약사로서의 고유권한인 조제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의사들 하수인 노릇이나 하며 성질 죽이고 참고 있는
것도 자존심 바닥인데 의사들 밑닦아주기까지 해야겠냐?

의사넘들 탓하기 전에
악질 브로커들 욕하기 전에
약사 자신들이 자초한 약국 부동산 거래의
온갖 무질서한 불법 행태들을
근절하려는 노력과 자숙하는 마음가짐이 절실히 요구된다.

약사들이 그들 앞에 위엄이 있고 존귀해져야
의사들이 약사를 깔보거나 업수이 여기지 못할 것이고
사기와 횡포로 무장한 약국 브로커들의 잔꾀에 먹잇감이 되는 우를
범하지 않을 터..

대한민국 약사들이여 제발 현명하게 처신하고
당당하게 성분명처방 쟁취하여 "약은 약사에게
모든 권한이 주어져야 함을 명심"하자.

이 세상 어느 천지에 상품명으로 처방하는 의약분업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가 있는가?



의사에게 약 선택 전권을 부여하고도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의약계의 모토가 실현되고 있다고 약사들은 공감하는가?

약사들아, 약 선택권, 약 조제권은 약사의 권한이지
의사의 권한이 아니다. 이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현 제도의 불완전함으로 인해
약사 고유의 약 조제권, 투약권을 다 빼앗기고 있는데도 이대로 좋은가?

성분명 처방만이 완전한 의약분업 제도이며,
동네약국을 살리는 길이고,
환자의 건강을 지키고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선진적인 해결책임을
알고 이를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자.

그리고 제발, 약국 매매시 브로커에게 속지 말자.
약국을 약사간에 직거래하여 거래를 투명하게 하고
약사간에 화합하여 바람직한 거래문화를 정착시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