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29. 17:28

안드로 장’이 뜨면 세계 수백만 겜꾼이 열광한다

중국 하이난(海南)성에서 5월 5일 열린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에 한 한국인이 참가했다. 당시 그를 본 중국인들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아이디(ID) 문이다!” “안드로 장이 왔다!”

그는 '워크래프트3' 게임 리그에서 세계 최정상의 실력을 자랑하는 프로게이머인 장재호(23·그림) 선수다. 중국인들이 외친 문(Moon)이란 장 선수의 게임 아이디다. 또 그의 별명인 안드로 장은 '누구든 덤비면 안드로메다 성운으로(그만큼 멀리) 날려버린다'는 뜻에서 팬들이 붙여 줬다. 성화 봉송 때 그의 곁에는 '중국 게임 영웅'으로 통하는 리샤오펑도 있었다. 그러나 사인을 부탁하는 팬의 수는 두 사람이 거의 같았다.

장 선수는 한국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인사다. 국내에서는 '워크래프트3'의 인기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한국이 아닌 덴마크의 게임팀인 MYM 소속인 것도 그래서다. 그는 주로 중국·유럽·미국 등에서 인정받고 있다.

워크래프트 시리즈는 사격 게임인 카운터스트라이크와 함께 현재 세계 e스포츠 2대 종목으로 꼽힌다. 여기서 장 선수는 리샤오펑, 네덜란드의 마뉴엘 셴카이젠과 함께 세계 3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2006년에 열린 'WEG(World esports Games) 항저우 마스터스' 당시 그와 리샤오펑 간 경기를 인터넷 생중계로 본 중국인만 148만 명에 이를 정도다. 게임업계에서는 “가수 비가 뉴욕에 가면 5000명이 모인다지만 게이머 장재호가 뜨면 100만 명이 모인다”는 얘기도 있다.

그의 인기가 특히 높은 곳은 중국이다. 한국에선 지하철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중국에선 공항에 내리면 몰려드는 팬 때문에 경찰 경호를 받아야 할 정도다. 2005년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제1회 WEF 게임 대회 때는 5000여 명의 팬이 '장재호 우승' 등의 한글 피켓을 들고 열띤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런 중국 팬에게 화답하고자 장 선수는 최근 쓰촨성 지진 피해자 돕기 게임 대회에 참가하고 3만 위안(약 45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게임 중계를 많이 하는 곰TV의 배인식 대표는 “동남아에선 배용준이 가장 유명한 한국인일지 모르나 세계적으로는 장 선수가 더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억7000만원을 벌어 한국 출신 프로게이머 중 상금액 1위였다. 세계 메이저대회 우승만 일곱 차례를 한 덕이다. 연봉도 1억원에 이른다. 1년 중 절반은 각국에서 열리는 게임 대회에 참석하느라 해외에 머문다. 현재 중국에 있는 그는 27일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세계적 게임대회인 블리자드사 주최의 '월드와이드 인비테이셔널' 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다음달 24~27일에는 국내에서 열리는 'e스타즈 서울2008'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그는 “2006년에는 단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할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지금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메이저 대회에서 계속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박명기 일간스포츠 기자,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워크래프트=블리자드사가 개발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시리즈 1, 2, 3을 합쳐 세계 시장에서 게임 타이틀 3000만 장이 팔려 나갔다. 블리자드의 또 다른 히트작인 스타크래프트는 950만 장(한국 450만 장)이 팔렸다.

프로게이머 장재호

- 1986년 인천 출생

- 2003년 인천전자공고 1학년 재학 중 데뷔

- 게임 아이디 : Moon

- 소속팀 : 덴마크 MYM

주요 수상 경력

[2003년] 손오공배 MBC게임 프라임리그II 우승

[2005~2007년] 1, 2, 3회 대한민국 e스포츠대상 워크래프트3 부문 최우수선수

[2007년] 워크래프트3 래더토너먼트 시즌5 아시아 예선 우승, PGL 2007 준우승, W3 서머 그랑프리 우승, 서울 국제 e스포츠 페스티벌 준우승, WCG2007 그랜드파이널 3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