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18. 17:35

“공짜폰 옛말… 가장 싼게 10만원 이상”

단말기 보조금 축소뒤 휴대폰값 올라

"반짝이벤트 빼곤
공짜폰 보기힘들것"

용산전자 휴대폰 매장 가보니

지난 10일 오후 3시 서울 용산전자상가 전자랜드신관 4층의 이동통신 판매점 밀집 매장. 5층 영화관 쪽은 북적였으나 이 곳은 한산하다. 이동통신 판매점 30여개가 모여 있는 매장에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휴가철과 올림픽이 겹친 비수기인데다, 단말기 보조금 축소로 기기 값이 비싸져 손님이 뚝 끊겼어요." 일단 들어와 보라는 말에 이끌려 들른 매장의 직원 말이다.

손님 모습으로 ㄱ매장에 들러 요즘 많이 나가는 휴대전화 모델과 값을 물어봤다. 엘지전자 제품인'비키니폰'을 먼저 내밀었다. 값은 12만원을 요구했다. 다른 것을 찾자, 뚜껑을 열고 닫게 돼 있는(폴더) 모양의 단말기를 꺼내줬다. 21만원이란다. "햅틱폰이 잘 나간다고 하던데요?"라고 묻자, "단말기 값만 61만원인데 쓸 수 있겠어요?"라고 되묻는다. 에스케이텔레콤의 이동전화(2세대)용으로는 31만5천원짜리 '미니스커트폰'을 권했다.

비싸다는 표정을 짓자, 2년 이상 쓰겠다고 약속하고 월 요금(기본료+통화료)이 3만5천원을 넘으면, 요금에 따라 24개월 동안 다달이 5천~1만4천원을 빼주는 방법으로 12만~33만6천원을 줄여준다는 '팁'을 줬다. 또 가능하면 업체를 바꾸지 말고 기기 변경을 하라고 귀띔했다.

번호 이동과 기기변경 때의 단말기 보조금이 같아, 번호 이동을 하면 가입비만 더 든다는 것이다. 공짜나 2만~3만원에 쓸 수 있는 것은 없냐고 묻자 한결같이 "옛날 얘기 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다른 판매점들도 같은 모델을 추천하고, 비슷한 가격을 제시했다.

지난 7월 초까지만 해도 이동통신 판매점에는 공짜 휴대전화가 난무했다. 각 이동통신 업체별로 2~3가지 모델의 휴대전화를 '전략 단말기'로 지정해 공짜 내지 1만~3만원에 줬다. 인기 기종도 10만원 정도면 사용할 수 있었다. ㄱ매장 직원은 "'고아라폰' 가격이 7만원대까지 내려갔었다"며 "지금은 가장 싼 것도 10만원 이상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동통신 업체들이 단말기 보조금을 줄인 탓이다. 지난 7월 말부터 케이티에프(KTF)가 단말기 보조금을 평균 10만원 가량 줄였고, 이어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엘지텔레콤(LGT)도 낮췄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최근 단말기 보조금을 더 줄였다.

업계 전문가는 "보조금을 앞서 지르던 케이티에프가 보조금을 줄이자 다른 업체들도 축소하면서 올 초 단말기 보조금 규제 일몰을 앞두고 불붙었던 보조금 경쟁이 가라앉았다"며 "이후 전략 모델이 없어지면서 저가 기종은 10여만원, 고가 기종은 수십만원씩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지난 상반기에 보조금 경쟁을 해봤자 이로울 게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케이티에프는 1분기에 908억원이던 영업이익이 2분기에는 13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에스케이텔레콤의 영업이익도 5540억원에서 5330억원으로 줄었다. 업계는 이를 "단말기 보조금 경쟁 대가"로 본다. 이 때문에 공짜 휴대전화는 앞으로도 구경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이동통신 업체 관계자는 "기본료를 최대 50%까지 깎아주는 결합상품 이용자 증가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어 어느 업체도 보조금을 지르기가 쉽지 않다"며 "추석이나 크리스마스, 졸업·입학 철을 앞둔 때의 '반짝 이벤트'를 빼고는 공짜 휴대전화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